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사람이 되자

 우리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시간을 무엇인가 보람있고 '진짜 사는 것 같이 산다'고 느낄 수 있는 일에 사용해야 합니다.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눠집니다. 틈만 나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는 자유로운 시간에 보람된 일을 하는 사람보다 아까운 시간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는 게으른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넘쳐나는 시간을 어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게으른 사람은 그럴 틈을 많이 갖지 않는 게 더 유리합니다. 그런 사람은 뭔가에 매여 누군가의 명령 하에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속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더 잘합니다.
 예로부터 '소인배는 한가하면 변변치 못한 일을 도모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변변한 일을 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아사나가 신이치로라는 물리학자를 알고 있습니까? 양자론을 응용한 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대학자입니다.
 생전에 그가 미국 대학에 초청을 받아 간 일이 있습니다. 그때 대학에서 제시한 조건이 정말로 '미국적'이라 흥미를 끌었습니다. 그 조건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대학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학생들과 생활만 함께 해달라. 학생이 찾아갔을 때 잠시 상대해 주면 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대단하지요. 그 곳에 그냥 있기만 해도 좋다. 훌륭한 두뇌와 인격이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면 저절로 대학생들이 감화를 받는다는 것이지요.
 학문의 세계에서는 인격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일화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사람이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오히려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아사나가 선생은 아침이면 음악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아침마다 그분의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조용히 현악 합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일어나 아침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같이 가볍게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합니다. 매일 산책을 하고, 독서와 사색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는 이를 매우 충실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아사나가 선생처럼 그 존재만으로도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을 돌아보면 확실히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사람, 함께 있으면 의욕이 솟는 사람, 창조적인 일을 떠올리게 해주는 사람. 당신은 어떻습니까?
 들꽃은 거기에 피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이런 힘을 가진 것은 비단 꽃만이 아닐 것입니다.